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  1. 2008.02.25 조지훈 - 석문 (石門)




석문 (石門) - 조지훈



당신의 손끝만 스쳐도 소리 없이 열릴 돌문이 있습니다.
뭇사람이 조바심치나 굳이 닫힌 이 돌문 안에는, 석벽 난간(石壁欄干) 열두 층계 위에 이제 검푸른 이끼가 앉았습니다.


당신이 오시는 날까지는, 길이 꺼지는 않을 촛불 한 자루도 간직하였습니다.
이는 당신의 그리운 얼굴이 이 희미한 불 앞에 어리울 때까지는, 천 년이 지나도 눈 감지 않을 저희 슬픈 영혼의 모습입니다.


길숨한 속눈썹에 항시 어리운 이 두어 방울 이슬은 무엇입니까? 당신의 남긴 푸른 도포 자락으로 이 눈썹을 씻으랍니까?
두 볼은 옛날 그대로 복사꽃빛이지만, 한숨에 절로 입술이 푸르러 감을 어찌합니까?


몇 만 리 굽이치는 강물을 건너와 당신의 따슨 손길이 저의 목덜미를 어루만질 때, 그 때야 저는 자취도 없이 한 줌 티끌로 사라지겠습니다. 어두운 밤 하늘 허공 중천(虛空中天)에 바람처럼 사라지는 저의 옷자락은, 눈물 어린 눈이 아니고는 보이지 못 하오리다.


여기 돌문이 있습니다. 원한도 사무칠 양이면 지극한 정성에 열리지 않는 돌문이 있습니다. 당신이 오셔서 다시 천 년(千年)토록 앉아 기다리라고, 슬픈 비바람에 낡아 가는 돌문이 있습니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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중학교 때 였던가? 청록파에 관해 배울 때 교과서에 나 왔던 시로 기억한다.
한참을 잊고 지냈었는데.. 불현듯 화장실에서 생각이 나다니.. 다시 잊기전에 백업!!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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